가죽공방을 정할 때의 느낌, 기분
고등학교 졸업 후 운전면허학원을 다니고 싶다는 내게 아버지는 다니고 싶은 이유에 대해 물으셨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면허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물으셨다. 앞으로는 시간적 여유가 없을 거라는 둥의 그럴듯한 핑계를 대며 이유를 납득시키며 나의 '간절함'을 전달하였다. 그러니 아버지께서는 정말 내가 간절하다면 학원을 다니지 말고 독학으로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오라고 말씀하셨다. 그 이후로도 아버지께서 기능시험이던, 도로주행시험이던, 직접 도와주시겠다는 말씀이 생각난다.
사실 아버지께 납득시켰던 간절함은 면허를 따고 싶다는 마음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운전 학원을 (내 친구들이 다니는 시기에 같이) 다니고 싶다는 것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에, 결국 나 혼자 필기시험을 준비하거나 하진 않았고 아직도 나는 면허가 없는 채 남아있다. (그때 나는 면허에 대한 간절함이 아닌, 친구들과의 추억을 쌓는다는 간절함으로 설득시켰어야 했다.)
가죽공방을 정할 때의 느낌은, 이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운전 기술을 터득하는 것과 같이, 가죽 공예 기술을 터득하는 것이 종착지이지만, 만약 공방을 정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 혼자 가죽공예 책을 사서 공부하고, 재료와 도구를 사서 실습해보겠다는 의지가 든다. (실제로 책은 이미 샀고, 가죽과 도구, 그리고 기본적인 공예 기법에 대한 내용은 읽은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공방을 다니고 싶긴 하다. 운전면허처럼 딱 어느 수준까지 배우기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장인'의 경지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운전도 그런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겠지만 내겐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아 느낄 수 있는 차이점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내 첫 스승님이 (혹은 조금 가볍게 길잡이 정도가) 훌륭한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서 내가 다닐 가죽공방 사이트를 들어가 봤다. 그러다 보니 적절한 가죽 공방을 판단하는 자연스레 기준은 '누가 이 분야의 장인일까. 상업적인 것에 사로잡히지 않고, 가죽이라는 재료의 본질에 매료되어 작업하는 그런 공방은 어디일까?'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미 속으로는 공방이 정해졌다. 다만 아직 전화를 드리지 못했다. 정규 수업반처럼 듣고 싶지는 않았기에, 좀 특별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수업에 임하겠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은데, 말은 나를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내가 그럴 자신이 있기까지는 함부로 말씀드리고 싶지 않았다. (마음속에 걸리는 것은, 해당 공방에 대한 최근 정보가 많지 않아서 혹시라도 장소를 옮겼을까 봐 걱정된다는 점이다.)
내가 가죽공방을 정할 때의 느낌, 기분이다. (아직 확실하게 정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더 웃기긴 하다. 오늘 중으로는 연락을 드릴 예정이다. 다음 글의 주제가 공방에 대한 내용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