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공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
사실 가죽공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가죽으로 만들어진 카드지갑을 좋아하게 된 계기와 같다.
나는 거추장스러운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최대한 이것저것 들고 다니고 싶어 하지 않는다. 특히 몸에 딱 달라붙는 것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들고다녀야 하는 것들이 있다. 휴대폰, 열쇠, 지갑 등등.. 그래서 휴대폰도 큰 휴대폰을 싫어하고 (보통은 바지 주머니에 넣기보다 외투 주머니에 넣는다.) 열쇠는 최대한 휴대해야 하는 것들만 다니고 다니며 (현재는 스쿠터 키 한 개), 지갑은 무조건 카드지갑으로 들고 다닌다.(지금은 심지어 휴대폰 케이스에 넣고 다닌다.)
지갑도 그냥 외투에 넣으면 어떻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지갑 만큼은 몸에 꼭 달라붙는 곳에 두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그래야 내가 지갑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 매번 알 수 있고, 그래야 잃어버리는 걸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지갑은 내 안에서 상반된 이해관계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은 지갑의 형태인 것이다. (그리고 2017년 유럽 여행에서 처음으로 사고 1년 넘게 사용해왔던 카드지갑이 가죽이었던 것이 영향을 주었다.)
거기에 더해 유럽 파리에서 본 고야드(GOYARD)의 가죽 제품들에 매료된 것도 한 몫 했다. 좋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제품들. 그래서 나도 좋은 가죽을 구분할 수 있고, 그런 가죽을 보고 홀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마치 천재성을 보이는 어린아이를 보는 학자처럼, 가공되기 전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원석을 본 세공사처럼, 좋은 가죽을 보고 두근거리는 가죽공예 장인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가죽공방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위와 같지만, 지금 내가 공예를 배우고 나서 제일 하고 싶은 것은, 내 주변 사람들에게 카드지갑(혹은 악세사리)을 하나씩 선물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 도중에 가죽공예 배우는 것을 포기하지 않도록 동기부여하는 이유도 같을 것이다.
오늘의 한마디: 좋은 가죽을 보고 홀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